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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도서관 보다 카페

최근 한달? 한달반? 주말마다 카페에 왔다. 토요일엔 스터디로 일요일엔 의지박약을 극복하고자 왔다.

오늘도 왔다. 

나는 왜 도서관이 아닌 카페에 오는 걸까?

이미 코끼리는 틀어졌으니 이유를 만들어봐야겠다.

카페에 와서 뭔가 공부 비슷한 걸 하면 드라마 속 전문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현실에서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내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이 순간에는 내가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카페에 온다는 것은 서로 구경을 하고 남이 나를 구경하는 것을 허락한다는 생각이 든다.

옆자리로 나와 상대방의 대화 내용이 들리지만 서로 사적인 이야기를 한다.

간간이 들리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도 듣는다. 

소개팅을 하는 남녀, 데이트를 하는 커플, 중고등학생, 중년의 남성, 아르바이트생,

드라마나 영화의 장면 장면을 모아놓은 듯 하다.

마치 카페에서의 내 모습을 혼자 상상하며 드라마 속의 전문직의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 것처럼

소개팅을 하는 남녀를 보며 소개팅 하는 내 모습을 상상해본다. 소개팅 할 때의 내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데이트 하는 남녀를 보며 대리만족한다. 나도 저렇게 데이트 할 때가 있었지.

아르바이트생을 보며 생각한다. 힘들겠다. 저 나이에 알바 안하고 하고 싶은거 하고 살 수 있으면 좋을건데.

20대 초반 편의점 알바하던 때를 떠올리며 후회한다. 더 돈되는 알바 빠싹하고 번 돈 열심히 쓸걸.

중년의 남성들을 보며 생각한다. 세련됐다 우리 엄마아빠는 이런데 돈아깝다고 못오는데. 

나중에 나이 먹으면 젊은이들의 문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꼰대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카페는 엿듣기와 훔쳐보기가 합의된 공간?

내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공간에서는 누구도 권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보는 만큼 남에게 나를 보여줄 수 밖에 없고 내가 듣는 만큼 남에게 들려줄 수 밖에 없다.

공평한 공간이라 생각한다.

도서관과 달리 공부를 하다가 딴짓을 해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집에서는 집중력이 떨어지면 바로 예능을 보는 등의 행동을 한다.

전혀 유익하지 않아서 보고 싶지 않고 하고 싶지 않으나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이 잘 가는 것.

밖에서는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지만 그 아무나에게나 별 것 아닌 사람처럼 보이기 싫어 집에서 하듯 쿠키영상을 보거나, 예능을 보지 않는다.

그래서 의지박약인 내 성격, 습관을 극복하기에 좋은 장소인거 같다.


물론 도서관을 카페처럼 여길 수 있는 그런 편견 없는 사람이 가장 좋긴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