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어른, 스킨십

요즘 리얼어른멜로를 표방한 드라마를 본다.

연애시대 때 감우성이 연기한 이동진역에 너무도 감정이입을 했었기에 그 캐릭터가 생각나 드라마를 보게 됐다.

키스 먼저 할까요에서 감우성이 연기하는 손주한은 연애시대 이동진의 어른 버전으로 느껴진다.


한 여자가 불면증을 겪는다고 했다.

그 여자가 남자의 버스 옆자리에서 잠든다.

연애시대 이동진은 불면증이라더니 잠만 잘잔다며 장난을 치거나 타박했겠지만

손주한은 그 여자가 깰 때까지 버스 종점까지 그저 가만히 버스를 타고 간다.

여자가 잠에서 깨고 두 사람은 버스 종점이 마치 세상 끝인 것 같다며 서로의 세상의 끝에 대해 이야기한다.

종점 버스속에서 손주한은 불면증의 여자에게 하루하루 매 순간 당신을 사랑해주고 싶다며 고백한다.


택시가 잡히지 않아 버스 종점에서 함께 걸어 나오는 길, 

여자는 고백 이후 고백 이전과 똑같이 행동하는 남자를 보고 불평한다.

이 불평에 대해 손주한은 업어주겠다 제안하고, 안순진은 여자도 모르고 여자 마음은 더 모르고 사랑은 더더더 모른다며 손주한을 타박한다.

이후 잠시 걷다 손주한이 여자의 손을 잡는다.


어른이 되면 왜 손 잡는 것 조차 어려워질까?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처음 잡을 때의 설레임은 어릴 때와 어른 모두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손을 잡기까지의 고민의 깊이는 차이가 있는 듯 하다.

어릴 때 사랑하는 사람과 손잡는 것은 손잡는 것은 거절 하면 어쩌나, 혹은 이후의 사랑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느껴진다면, 어른이 되어 사랑하는 사람과 손잡는 것은 책임감이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 아닐까?

어릴 때는 손잡기가 마치 스킨십 진행 과정의 1단계처럼 느껴진다면 어른이 되고 난 후의 손잡기는 사랑의 최종단계가 아닐까?

마치 사랑하는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사랑의 표현 혹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당신곁에 내가 있다는 나의 존재를 전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스킨십이 아닐까?

알거 다 알고 연애하는 게 어렵다는 것은 이런 것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어른이란 어느 정도 삶에서 희노애락을 겪어본 사람이 아닐까?

그래서 어른은 타인과 관계 맺는 것이 어려워지는 것이 아닐까? 

가장 기본적인 사랑의 표현이 최선의 최대한의 표현이 아닐까?


드라마가 처음 시작할 때 어른 드라마라며 어른의 스킨십은 어린 주인공들의 스킨십보다 자극적인 것처럼 마치 키스 '부터' 할까요인 것처럼 자극적으로 홍보했었으나,

지금까지의 드라마 내용은 시작하기 어려운 어른의 사랑 중간부터 시작하자인 것 같다.

어른은 시작이 곧 끝임을 알기에 그렇기에 어른의 멜로는 시작하는 것 자체가 어렴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기보다는 처음이 아닌 중간부터 시작하자. 시작하면 생각지 못한 처음이 있을 수 있기에..

연애든, 삶이든 시작과 끝은 모두 비슷한 모습이지만 그 과정은 모두 제각각이기에 시작과 끝을 안다고해서 시작과 끝이 전부는 아니기에..

결국 모든 것은 과정이 중요한 것이 아니겠는가?하는 생각이 든다.


글을 쓰기 시작할 때는 뭔가 그 동안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느껴 기록해두거나, 이전에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생각이 난 것 같다.

막상 쓰고 나면 뻔히 알고 있었고 당연한 얘기를 왜 이리 주저리 주저리 썼나 싶다. 


.. 손주한 옆자리에 안순진은 계획적으로 다가가 앉고 그의 귀에 이어폰을 꽂고 어린 시절 사용하던 cd플레이어로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을 재생한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도 남자 주인공이 첫사랑에게 이 노래를 들려준다.

이 영화는 남자들에게는 큰 공감을 얻었지만 여자들에게는 남자 주인공이 너무 찌질하다며 공감을 얻지 못했던 기억이 났다.

똑같은 노래가 이렇게 다른 상황에 쓰여 각각의 느낌을 감정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새삼스레 좋은 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의 습작 - 작사, 곡 김동률

이젠 버틸 순 없다고

휑한 웃음으로 내 어깨에 기대어 눈을 감았지만

이젠 말할 수 있는 걸

너의 슬픈 눈빛이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걸

나에게 말해봐 

너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볼 수만 있다면

철없던 나의 모습이 얼만큼 의미가 될 순 있는지

많은 날이 지나고

나의 마음 지쳐갈 때 내 마음 속으로 스러져가는 너의 기억이 다시 찾아와 생각이 나겠지

너무 커버린 내 미래의 그 꿈들 속으로 잊혀져 가는 나의 기억이 다시 생각날까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서관 보다 카페  (0) 2018.05.01
벚꽃 보다 라일락  (0) 2018.04.25
바른마음 - IQ  (0) 2018.02.07
낯섦, 죽음  (0) 2018.02.03
아침생각  (0) 2017.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