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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낯섦, 죽음

1. 낯설게 느끼기

원서를 몇개 넣어보지도 않았지만 취업에 자꾸 실패하고 있어서 또 무기력해졌다.

더 열심히 노력하고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한다는 걸 알지만 솔직히 내 능력 밖의 일을 욕심내는 것 같다는 생각이 크다.

아빠의 연말정산 신청은 내 무기력을 깨우는 계기였다. 

아빠와의 약속을 3번 정도 어긴 후 집에 가서 아빠의 연말정산을 도와주고 아침버스로 다시 서울집으로 돌아왔다.

서울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마드리드에서 톨레도로 가던 버스길이 생각났다. 

낯선 영국에서 어느 정도 적응하고 스페인에 도착해서 다시 처음을 경험하던 그 때.

지금은 버스노선이 없는 버스터미널 지하철역에 내려 다시 지하철을 타고 다른 터미널을 찾아갔던 그 때.

마드리드에서 버스를 타고 톨레도로 가던 길은 모든 것이 새로웠다. 

마냥 우중충하던 영국날씨와 달리 스페인의 햇살은 2월임에도 불구하고 따사롭다 못해 따갑게 느껴졌다.

서울로 오는 버스에서 왜 스페인에서의 그 버스가 생각났을까?


매번 다니는 길이지만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길이 낯설게 느껴졌다.

어젯 밤 지나간 길과 오늘 아침 지나는 길이 같은 길임에도 불구하고 낯설게 느껴졌다.

나는 그저 낯설지 않은 것을 익숙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면서 모른다고 말했던 것처럼 그저 낯설지 않을 뿐인데 익숙하다고 착각한 것은 아닐까?

내 모든 일상이 이런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 속에서 버스에 내려 지하철을 타러 내려가는 그 계단에서

왜 런던 지하철을 타러 내려가던 그 계단이 생각났던 걸까?

난 그 계단을 언제부터 의식하지 않고 다녔던 것인가?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졌다.


2. 죽음

mbc 도올스톱이라는 프로의 짧은 영상을 봤다.

도올이라는 사람은 항상 악만 지르는 사람이라는 인상이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내용의 강연을 하면서 신경질을 부리는 사람?의 느낌이었고 그 사람의 강연프로를 하나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짧은 영상의 주제는 중학생이 언제 죽느냐는 질문을 던진 것이었고 그에 대해 도올이 대답하는 영상이었다.

도올은 답했다.

삶은 죽음과의 긴장관계에서 성립한다.

언제 죽느냐는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죽음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네게 죽음은 없다.

너는 죽는 순간까지 너는 죽음을 모르기 때문에 네게 죽음은 없고 삶만이 있다.

살아 있어도 삶의 생명력을 느끼지 못하면 죽은 것이나 다름 없다.


무언가에 익숙하다는 것은 그 무언가와 내 관계가 끝났다는 것은 아닐까?

'무언가와 나와의 관계의 죽음 = 익숙함' 은 아닐까?

나는 그 중학생에게 뭐라 답해줬을까? 

네게 죽음은 멀리 있지 않다. 내일 죽을 수도 있다. 그러니 오늘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라.

다만 네가 하고 싶은 일이 너만 행복한 일이라면 그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너는 자연 속에서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살아가야 하기에

네가 좋아서 하는 일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거나 혹시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면 그것은 바람직할 것이다.

이 얘기를 나한테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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