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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자격

작년 즈음부터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난 이후 자격에 대해 고민했다.


결혼을 할 자격, 부모가 될 자격. 


이런 자격을 아직 나는 갖추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며칠 전 이런 생각이 내가 언젠가는 이런 자격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스로에 대한 과대망상과 비슷한 것이었다. 지금은 갖추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그런 자격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는 

나 자신에 대한 왜곡된 믿음.


이런 교만함이 가득한 못된 마음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결혼을 할 자격, 부모가 될 자격이 없다는 생각은 아들로서의 자격, 남자친구로서의 자격도 갖추지 못했다는 식으로 확장되었고,

나는 존재할 자격이 없다는 핑계거리를 만들었다.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지 않으면서 자격이니 하는 핑계로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비겁함의 극치다.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면서 자신의 무능과 게으름을 정당화한다.

또한 이를 인정하지 않고 회피한다. 심지어 비겁하기까지 한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타인을 무시하고 비난한다.

못되기까지 하다.


내 스스로가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나니, 문제가 심각해진다.

단순히 자격이 있네, 없네 하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으며, 지금 내 모습이 어떤지, 지금처럼 살면 앞으로 어떻게 살게 될 것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하루하루 영어공부를 하지 않으며, 앞으로 언젠가는 내가 영어를 잘하겠지 하고 상상하며 사는 것이다.

이렇게 살면서 영어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 영어공부를 하지 않으려는 사람을 무시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단 하나다.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 모든 사람을 존경하는 것.


이해인 수녀의 시를 읽으며 이래서 종교인이 존경받을만한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것은 사랑이다. 그러면,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고자 하는 사람이 되자.

사람은 신이 아니기에 모든 사람을 사랑할 능력이 없기에,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

이런 사람이 종교인이구나


나는 세상의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없으니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존경해야겠다.


나도 그저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야겠다.


제발 더 이상 핑계대지 말자.

적어도 교만하며 비겁한 사람에서 벗어나자.


허황된 미래를 살지 말고 오늘을 살자. 제발 그만하자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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