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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감기약, 노래, 타자.

어제부터 먹은 감기약에 취해 평소보다 더 많은 잠을 잤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졸린 것 같은 멍멍한 상태다.

당연히 공부는 잘 안되고 주변의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귀에 꽃은 이어폰에서는 음악이 나온다.

음악을 듣다 갑자기 울컥한다.

아무 생각 없이 노래를 틀어두기에 노래 제목을 모른다.

나를 울컥하게 한 이 노래 제목이 뭐지 하고 확인해보니 '동행'이라는 노래였다.

동행.

가사를 음미하며 들어본다. 갑자기 이 노래의 가사를 쳐보고 싶어진다.

검색하고 복사 붙여넣기를 하면 빠르겠지만.

그냥 타이핑을 해본다.

문득 알쓸신잡의 대화가 떠올랐다. 육필과 타자가 글의 내용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 대화의 결론은 육필과 타자가 글의 내용, 혹은 품질과 아무 상관없다는 것이었다.


복사 붙여넣기와 타자, 육필..

얼마든지 남이 써둔 글과 가사를 쉽게 옮겨올 수 있음에도 그저 읽기만 할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이 글을 옮겨적고 싶은 걸까?

결국 행동의 형식 보다는 행동을 하는 당사자의 마음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동행 - 글: 김세형, NA: 김동률

꽤 오래전 한 친구가 내게 말했다.

지금은 가만히 내 옆에 있어주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나는 그 때 조금 섭섭했던 것 같다.

무척 힘든 상황에 빠져있는 친구를 보면서

내 딴에는 무엇이든 도움이 되고 싶어 애타하던 시절.

내맘을 몰라주는 친구가 답답하기도 하고.

내 친구가 이렇게 힘든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게 화가 나기도 했다.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내가 친구의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될 때까지.

그 긴 시간 동안 나는 많은 사람들을 떠나보냈다.

혹은 떠나오기도 했다. 

너무 많이 걱정하고

너무 많이 사랑하고

너무 많이 아파하고

너무 많이 미안해하고

그래서 내가 무엇이든 되고 싶고 하고 싶었던 시절

그리고 할 수 있을 것만 같던 시절

그런데 그게 문제였다

그토록 뜨겁게 사랑하고 뜨겁게 아파하느라

나는 번번이 너무 쉽게 지쳐버렸다

상대 또한 지치게 만들어버렸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뜨거운 것이 아니라 지치지 않는 것.

지치지 않고 오랜 시간을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일인줄 나는 몰랐다.

그래서 참 고마웠다.

그 때 내게

지금은 가만히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해준 친구가

날 떠나보내지도 떠나가지도 않고 오랜시간 서로가 서로의 곁을 지키게 해준 친구가


언젠가 글을 쓰는 후배의 블로그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한 젊은 소설가의 책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 시대의 아픔을 이토록 잘 쓰는 작가가 있는데

왜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걸까

글의 힘이란게 과연 있긴 한걸까

글을 써서 밥을 먹고 사는 한 사람으로서

한 없이 무력해질 때가 있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글들 또한

아무 소용없는 아무 의미없는 혼잣말은 아닐까? 

그럼에도 왜 많은 사람들은 또 글을 쓸까

나 또한 음악으로 밥을 먹고 사는 한 사람으로서

참 많이 했던 고민이다.

음악의 힘이라는게 있긴 한건지

요즘처럼 모든 것이 빠르게 소비되고 잊혀지는 시대에

나처럼 음악을 하한다는 것이 과연 또 무슨 의미가 있는지

그 때마다 나는 꽤 오래전 내 친구가 했던 말을 다시 꺼내보곤 한다

가만히 내 곁에 오래동안 있어달라던 친구의 말

나는 그 누구에게든 모든 것이 될 순 없다 내가 그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또한 없다

하지만 세상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 또한 분명 있다.

나는 그 일을 하려고 한다.

뜨겁게는 아닐지라도 지치지 않고 오랜 시간 그렇게 오랜 시간 나는 당신과 함께이고 싶다.



꼭 이 노래이기 때문에 울컥한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냥 내 속에 내가 알지 모르는 감정을 어떤 핑계를 통해 표출하고 싶은 것 같다.

울고 싶은 것도 아니고 슬픈 것도 아니고 화가 나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긍정적인 감정인지 부정적인 감정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그저 가슴 속 감정을 표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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