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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외로움.

엇그제, 알쓸신잡에서 유시민은 말했다.


"삶이 근본적으로 외로운 것이 그것 때문 아닌가?

내가 타인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타인도 나를 완전히 이해해주지 않는다.

이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외로워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것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면,

완전치는 않아도 깊게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조금 있으면 되게 세상이 밝아보이게 된다."


과연 그런가?


타인에 대한 내 이해와 

나에 대한 타인의 이해

이것의 불가함이 나의 외로움의 근원인가?

이것의 불가함을 인정하면, 

완전치는 않아도 깊게 나를 이해해주는 타인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나는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아니다.


나는 나에 대한 타인의 이해는 관심이 없고

타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은 더욱 없다.

이는 나에게 외로움을 주지 않고 오히려 편안함을 준다.

나는 타인에게 나에 대한 완전한, 혹은 조금의 이해를 구하지 않는다. 

다만, 나에 대한 타인의 최소한의 배려를 구할 뿐이이다.

나 또한 타인을 이해하려하기 보다 주어진 상황에서 배려하려 할 뿐이다.


내게 외로움을 주는 것은 자기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소중한 사람에게 욕심만큼 잘해주지 못할 때, 나는 나 자신의 무능을 이해할 수 없다.

나 자신의 존재가 스스로 인정되지 않을 때, 이 때 나는 외롭다.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할 때 외롭다.


내 외로움의 근원은 외부로부터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내부로부터 생성된다.

스스로에 대한 과신과 욕심이 나를 외롭게 만드는 근원의 원인이 된다.


외로움의 근원이 자기 자신의 내부에서 생성되기에 외로움은 타인으로부터 위로받을 수 없다.


완전치는 않아도 깊게 나를 이해해주고 사랑해주는 타인이 조금이라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

외부에서 나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느껴지면,

그에 보답하지 못하는 스스로가 이해되지 않는다.

내 무능이 느껴질 때 외로움은 비참함이 된다.


비참함과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완전치는 않아도 깊게 나를 이해해주고 사랑해주는 타인으로 부터 벗어나려 하게 되고,

스스로의 존재를 부정하고 싶어진다.


외로움을 떨쳐내는 것은 나에 대한 타인의 이해, 사랑이 아닌

스스로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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