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의 부재와 임산부 배려석의 탄생

나는 며칠전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글을 쓰고 계속 찜찜함이 남아있었다.

그 글이 공격적이기만 할 뿐 본질은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랬던 것 같다.

임산부 배려석과 임산부 뱃지에 대한 내 불편함은 그로 인해 혜택받고 손해를 얻는 사람들 때문만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엽적으로 다룸으로써 일부 계층을 욕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임산부 배려석과 뱃지에 대한 나의 불편함은 교양의 부재와 맞닿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교양의 부재야말로 임산부 배려석의 탄생의 원인이 아니었던가 나는 그에 대해 글을 쓰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스마트폰이 처음 나올때 쯤이던가? 정확한 시점은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시점 이후로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는 다수의 노인은 나에게 공경의 대상이 아닌 기회주의자의 표본으로 느껴졌다.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한 노인들의 태도가 고마움에서 당연함으로 변화되는 것을 느꼈고, 지하철 자리양보에 대해서도 그저 비켜주면 고마울뿐 비켜주지 않아도 어쩔 수 없지에서 비켜줄만하게 생긴 사람을 찾아 그 앞에서 당당하게 자리양보를 요구하고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식의 태도로 변화됨을 느꼈다.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문제되기 전에 나는 이러한 모습이 먼저 느껴졌던 것 같다. 교양이 부재한 노인들의 행동으로부터 나와 유사하게 느낀 젊은 사람들의 태도에 변화를 가져왔고 이로 인해 악순환이 시작된 것 같다. 교양이 부재한 노인들에게 굳이 자리를 양보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저 노인은 단순히 나이를 먹은 사람일뿐 저 사람의 건강상태를 짐작해 보건데 교통약자까지는 아닌 것 같다. 하는 식의 마음 고마워하지도 않는데 내가 왜 비켜야하지? 라는 마음이 들었다. 반면 노인의 입장에서는 나를 노인을 공경하지 않는 교양없는 젊은이로 봤을 것이다. 교양없는 젊은 사람들이 나에게 양보를 하지 않는데 왜 내가 임산부에게 자리를 비켜줘야 하는가 하며 양보하지 않을 것이고 이러한 노인을 본 임산부는 이 노인을 교양없는 노인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이는 내가 젊은 사람이어서 노인의 입장을 늦게 알아챘을 수도 있다. 이러한 악순환의 시작은 노인이 시작일수도 젊은 사람이 시작일수도 둘 다 일수도 있다.

악순환의 시작이 젊은인지 노인인지와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교양이 부재한 사람의 행동으로 발생한 것은 틀림없다. 교양의 부재로 인해 발생한 악순환이 양보와 배려로 운영되던 시스템을 무너뜨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해버린 꼴이 되었다. 그 결과가 임산부 배려석이라는 기형적인 제도인 것이다. 이것이 사회가 발전할수록 시민의식, 교양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사회가 고도화되기 전에 가족, 이웃 등 작은, 밀접한 커뮤니티로 이루어진 사회에서는 낮은 시민의식과 교양의 부재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서로 아는 사이이기에 그에 대한 배경지식 등을 통해 이해하려고 하는 측면도 있고, 커뮤니티의 구성원이 바뀌지 않기에 결국 같은 커뮤니티에서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배척하기 힘들기 때문에 시민의식이 낮은 사람, 교양이 없는 행동을 용인하고 때로는 이를 지적하며 함께 살아가기 때문에 기존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는다. 하지만 고도화된 사회에서는 일회성의 만남이 많기 때문에 교양없는 행동에 대해 내가 배려할 이유가 없다. 이렇기 때문에 고도화된 사회일수록 교양과 시민의식이 중요하다. 교양이 없는 사람들이 소수라 할지라도 이들의 행동으로 인한 사회적 파급은 기존 시스템을 무너뜨릴 정도로 크게 나타나며, 결국 기존의 사회시스템을 무너뜨리고 비용이 많이 들뿐만 아니라 효과도 이전 시스템에 비해 매우 낮을 것이 명백한 제도를 도입하게 되고 제도화된 시스템이 운영되게 된다. 제도를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은 교양이 없는 사람에 비해 훨씬 다수인 보통의 사람들이 대부분 지불하게 되고, 비용을 지불할 뿐만 아니라 제도화된 시스템 이전의 효용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의 사회적 혜택을 받게 된다. 더 불행한 사실은 소수의 교양이 없는, 시민의식이 낮은 사람들은 이러한 행동으로 인한 개인적 책임은 아무것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회만 더 피폐해지고 정의롭지 않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