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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충진(2015). 세월호는 우리에게 무엇인가?-철학의 물음, 이학사.

세월호가 침몰하던 시간에 대한민국에서 세월호에 대한 소식을 접한 나는 알 수 없는 죄책감과 고통을 느꼈다. 세월호의 침몰 이후 일련의 소식들을 접하면서 대한민국이란 국민에게 어떤 존재인지, 왜 이런일이 발생했는지에 대해 생각함으로써 죄책감과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세월호의 침몰로 인해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많은 노력이나 시도들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희생자들의 보험료, 국민성금 등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세월호의 침몰의 원인도 돈이고, 희생자의 가족들도 돈으로 보상을 받았으니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인 것으로 보였으나, 나를 설득시키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모든 것을 '돈'의 탓으로 한다고 해도 내 마음은 편해지지 않았고, 죄책감과 고통, 무기력함, 불신은 내 일상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세월호 이후의 일련의 사건과 소식들은 나에게 더 큰 충격을 주었으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회피뿐이었다.

페이스북 등에 넘쳐나는 희생자들의 사진, 동영상, 유족들의 사연들을 단 한번도 보거나 읽거나 공감할 수 없었다. 이를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오히려 이를 대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를 가십 거리로 삼는 것으로 느껴져 역겨웠고, 세월호의 침몰과 유족들의 슬픔은 어느새 정치적 논쟁의 소재가 되어있었다.

세월호에 대한 내 생각의 끝은 결국 체념과 회피였다. 대한민국을 떠나 이민가서 살지 못할 바에는 이 시스템에 순응해 살아야 한다. 국가, 사회시스템에 대한 불평, 불만, 고통, 분노는 기득권이 되지 못한 내 자신에 대한 자격지심이고 피해의식일 뿐이다. 이러한 생각으로 일상생활로 돌아왔으나 막연한 불안감은 떨쳐내지 못했다. 

일상생활에서 만연해있는 편법, 부정 등을 목격할 때마다 내가 기득권이 되어 이러한 편법, 부정의 수혜자가 돼야겠다. 세월호의 희생자들과 같은 위치에 있지 않기 위해 사회적 지위를 높여야 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이러한 생각 또한 위악적(僞惡的) 회피 방법이었을 뿐, 내 마음속의 본질적 불안감은 해소시켜주지 못했다. 

나는 결국 진정한 세월호 이후의 삶에 대해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은 세월호의 침몰을 계기로 발생된 국가의 존재, 의미에 대한 물음, 세월호 침몰의 원인, 인간의 합리적 행위, 인간의 존엄성, 이후의 삶에 대한 철학적 질문들을 통해 세월호의 침몰과 세월호 침몰 이후에 대한 성찰을 도와준다.

이러한 성찰은 막연한 불안감과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의 마지막 질문인 '세월호는 지금 여기의 나에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지만 이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세월호 이후의 삶을 사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호의 침몰 뿐만 아니라 세월호 침몰 이후의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분들은 이 책을 통해 다소의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지난 2년 동안 세월호의 침몰을 기억하자는 말을 싫어했다. 대한민국의 권력 밖에서 세월호의 침몰원인 규명, 관련자 처벌 등을 현실적으로 관철시킬 수 없다는 한계, 보다 솔직히 말하면 세월호를 침몰시키고 구조하지 않은 이들에 대한 보복을 포기한 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세월호 침몰에 대한 나의 분노는 세월호를 기억하자는 표현으로 해소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세월호를 기억해야 한다. 물론 아직도 세월호의 침몰의 원인, 세월호의 침몰이 참사가 되어버리게 된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에 대한 분노는 전혀 사그라들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이제서야 세월호의 침몰, 참사에 대한 분노와 보복 뿐만이 아닌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희생자들에 대한 진정한 애도, 세월호 이후의 나의 일상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세월호 이후의 변화된 일상'을 겪고 고민하고 계신 분들은 이 책이 어느정도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세월호는 지금 여기의 나에게 무엇인가?'라는 이 책의 마지막 질문에 대한 성찰은 세월호 이후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준비하는데 최소한 나에게는 도움이 되었다.

'세월호는 지금 여기의 나에게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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