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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행복의 조건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돈을 소재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야기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이야기를 너무 당연히 여기거나 피상적으로 '그래, 그 말이 맞아.'하고 넘기기에는 마음 속에 씁쓸함이 남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는 식의 이야기에 대해 뭔가 반박하고 싶어진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돈의 양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많이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이 이야기는 다시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일정 수준 이상의 돈을 가진, 돈이 충분히 많은 사람 중 불행한 사람의 이야기로 연결되어, 행복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지만 돈이 충분히 많다고 꼭 행복한 것은 아니니 지금 내가 처해있는 조건과 환경에 만족하며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야한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식으로 대부분의 이야기가 종결되었던 것 같다.

행복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하다 보면 결국 돈의 양에 따라 일정 수준 이상의 돈을 가진 사람은 지나치게 욕심내어 불행해지고, 일정 수준 이하의 돈을 가진 사람은 행복하기 위한 기본적인 요건이 충족되지 못해 행복하지 못하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이야기는 불행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고, 불행의 원인이 인간의 지나친 욕심인지 기본적인 돈의 양을 채주지 못한 사람인지를 구분하는 돈의 양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진다.

일정 수준 이상의 돈에 대한 기준이 너무도 주관적이라 돈이 행복의 조건이냐 아니냐에 대한 고민에 도달하기도 전에 돈의 양에 대한 논의으로 변질된다.

돈의 양에 대한 논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행복과 돈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정수준 이하의 돈을 가진 사람 중 불행한 사람의 사례를 보면 돈은 행복의 필요조건인 것처럼 느껴지고,

돈을 충분히 많이 가진 사람 중 불행한 사람의 사례를 보면 돈은 행복의 충분조건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돈은 행복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라고 가정해보면,

일정수준 이하의 돈을 가진 사람은 돈을 충분히 많이 가진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제약조건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약조건이 행복의 제약조건은 아니다.

돈을 좇는 사람들은 '행복해지기 위해 돈을 좇는다.'고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자유로워지기 위해 돈을 좇는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 

다른 도덕적, 사회적 가치들 보다 돈을 우선시 하는 사람은 사회적, 경제적 제약조건을 극복함으로써 보다 자유로워지기를 원하는 것이다.

돈으로 인해 발생한 제약으로부터 벗어난 해방감을 행복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돈이 행복의 필요조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돈은 자유의 필요조건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돈의 양으로 발생하는 제약조건들은 자유의 본질을 제약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돈의 양으로 인해 발생하는 제약조건들의 대부분은 자신의 욕심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행복의 조건은 중 하나는 돈이 아닌 자유며,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핑계로 돈을 좇으며, 돈의 양을 통해 자유로움을 얻고, 행복해지겠다고 하는 것은 자신의 욕심을 정당화하기 위한 변명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