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랜시간 만나고 있는 여자친구가 있다.
이 친구를 만나고 난 후 내 행동, 판단의 기준은 이 친구가 되었다.
어떻게 이 친구와 평생 함께 살 수 있을 것인가.
나는 결혼할 시기가 되었다고 판단했고, 내 무능으로 결혼하고 있지 못하는 생각에 우울감에 빠져들었고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혼이 사랑의 결실이 아닌 현실임을 알고 있기에 직접적으로 맞닥드린 내 무능은 내가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상실감과 우울감을 가져다 주었고,
나는 아직 이 상실감과 우울감을 극복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나는 지금 새로운 공부를 위해 학원을 다니고 있지만 그 내용이 내가 따라가기 힘든 내용이고 썩 열심히 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내 우울은 심해져있으며, 지난 화요일부터 이번주 월요일까지 일주일 내내 학원을 가지 않고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여자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평소 나에게 먼저 전화를 하지 않는 친구였다.
무슨일이 있을까? 걱정이 됐다. 학원을 가지 않았다는 것. 내 우울감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런 내 모습이 스스로 너무 한심했기에.
그래서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일상이 바빠서 통화를 못한 듯 문자를 했지만 전화통화는 하지 않았다.
다시 학원을 가야겠다. 결심을 했고,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통화는 오랜만이었고, 일상생활 했던 척 했던 것을 고백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을.
여자친구는 자기가 전화를 했을 때 그저 받아주면 되는 일이었다고.. 서운하다고 했다. 화도 내지 않고 그저 서운하다고 했다.
자기는 타인에게 기대는 사람이 아니며, 내게 그런 적도 자주 있지 않았는데.
미안했다.
나는 내가 좋아했던, 연애시대라는 드라마가 떠올랐다.
그 드라마에서 두 주인공은 사랑하지만 여주인공이 유산했을 때 남편이 부인 곁을 지켜주지 않았고, 이로 인해 오해가 쌓여 이혼했고, 다시 사랑한다는 내용이다.
내 모습은 더 한심하게 느껴졌다.
드라마 속에서는 남편이 부인 힘들때 곁을 지켜주지 못한 합당한 이유라도 있었지,
나는 그저 나만 생각하는 이기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위로가 되지 못했다.
나는 많은 경우 여자친구에게 위로받으며 살아왔다. 내가 여자친구를 위로해줄 기회는 많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로해줄 수 있는 그 기회를 놓쳤다는 것에 분했고,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이 우울감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주어진 것을 열심히 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열심히 하기 위해서는 지난 20년간. 아니 최소 지난 5년간 열심히 살아오지 않은 시간을.
그동안 해오지 않은 노력을 메워야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다.
이 우울감을 극복하기 위해 내 무능, 게으름을 메우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지금의 내게 너무 냉혹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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